요즘 뉴스마다 “환율 1400원 돌파”라는 말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300원만 넘어도 긴장하던 시장이 이제는 1400원을 새 기준처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2025년 들어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0원을 넘기며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평균 환율은 1412.8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의 연평균 1394.9원을 넘어섰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1400원이 새로운 뉴노멀(New Normal)”이 됐다고 말합니다.
그 배경에는 단순한 경기 흐름보다 훨씬 복합적인 요인이 숨어 있습니다.
1. 킹달러의 귀환, 이유는 정치
환율을 끌어올린 가장 큰 원인은 정치적 변수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의 관세 정책이 다시 강화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수출국들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주요 국가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자 달러 수요가 급격히 늘었고, 원화는 자연스럽게 약세로 전환됐습니다.
한국 내부의 정치 불확실성도 원화 약세를 자극했습니다.
올해 초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부 수장 공백이 생기며 외국인 투자심리가 위축됐습니다.
정치 리스크는 금융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우며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여기에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나란히 약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통화 전반이 달러에 밀리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역시 “최근 환율 상승의 4분의 3은 지역적, 국내적 요인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 금리보다 뉴스가 더 무섭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는 줄어들고 있지만, 환율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습니다.
예전 같으면 금리 격차 축소는 원화 강세로 이어졌을 텐데, 지금은 다릅니다.
시장은 경제지표보다 정책 뉴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한미 간 관세 협상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가 이런 뉴스의 중심에 있습니다.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 입장 차이를 줄이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1450원대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환율이 1400원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합니다.
시장에선 이미 1300원이 아닌 1400원을 새 기준선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3. 수출은 웃고, 수입은 울고
고환율은 수출업체에게는 단기 호재입니다.
달러 매출을 원화로 바꿀 때 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계는 환율 상승의 대표적 수혜 산업입니다.
반대로 수입기업과 소비자에게는 부담입니다.
원유, 곡물, 원자재 등 대부분의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압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수입물가는 10월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생활비 부담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기업 실적에서도 엇갈린 흐름이 나타납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환차익을 누리지만, 해외 원자재 비중이 높은 제조업체는 부담이 커집니다.
결국 환율이 너무 오르면 소비 둔화와 내수 경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4. 내 자산에도 변화가 생겼다
환율이 오르면 미국 주식 매수 비용이 늘어납니다.
예를 들어 1달러가 1300원에서 1400원이 되면, 같은 금액을 투자하기 위해 약 8%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합니다.
해외여행, 해외 결제, 유학비용 등도 모두 상승합니다.
반면 달러 예금이나 달러 ETF를 꾸준히 모아가는 투자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달러 자산의 평가금액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달러 예금과 환헤지 ETF로 분산투자하는 움직임이 다시 늘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할까?
환율이 높다고 해서 당장 급락하거나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미 1400원을 새로운 기준선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지금은 금리보다 정치·정책이 환율을 움직이는 시기”라고 설명합니다.
연말까지는 APEC 정상회의와 한미 관세 협상 결과가 중요한 변수로 꼽힙니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수입물가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교착이 이어질 경우 1500원 돌파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즉, 단기적인 하락보다는 변동성 속에서 고점 유지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번 환율 상승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의 신호로 보입니다.
원화 약세가 수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물가 상승과 기업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1400원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국 경제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뜻입니다.